갑자기 꽃을 샀는데 집안 분위기가 생각보다 많이 바뀌네

갑자기 꽃을 샀는데 집안 분위기가 생각보다 많이 바뀌네

계획에 없던 꽃 쇼핑

어제는 퇴근길에 그냥 왠지 모르게 꽃집에 들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천 상동 쪽에서 친구를 기다리다가 시간이 좀 남았는데, 근처에 ‘꽃’이라고 적힌 작은 간판이 눈에 띄었다. 원래는 꽃을 그렇게 즐기는 편이 아니다. 차라리 그 돈으로 맛있는 걸 먹거나 커피를 마시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쪽이었는데, 어제는 좀 달랐다. 아마 회사에서 며칠 내내 모니터만 보고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꽃집 문을 열고 들어서니 습하고도 싱그러운 흙 내음이 훅 끼쳐왔다. 꽃 종류는 봐도 잘 모르겠지만, 한쪽 구석에 놓인 호접란이 생각보다 꽤 우아해 보였다. 그런데 가격을 물어보니 작은 화분 하나에 3만 원에서 5만 원 정도는 잡아야 하더라. 생각보다 비싸서 잠깐 멈칫했다. 개업 화분 문구 같은 걸 적어주냐고 물어보는 손님들도 있었는데, 난 그냥 집에 둘 작은 꽃다발 생화가 필요했다.

생화 관리의 귀찮음과 즐거움

결국 고민 끝에 화려한 호접란 대신 2만 5천 원 정도 하는 노란색 계열의 꽃다발을 집어 들었다. 사장님이 튤립이랑 이름 모를 풀떼기 같은 걸 섞어서 포장해 주셨는데, 들고 오는 길에 벌써 꽃잎 끝이 살짝 구겨진 것 같아 마음이 조금 쓰였다. 집에 와서 화병에 꽂아두고 보니, 거실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지긴 했다. 하지만 꽃을 잘 관리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당장 어제만 해도 물을 얼마나 자주 갈아줘야 하는지, 햇빛은 어디에 둬야 하는지 감이 안 잡혔다. 인터넷에 대충 찾아보니 줄기를 사선으로 잘라야 물을 잘 먹는다는데, 가위가 잘 안 들어서 줄기가 짓이겨졌다. 꽃을 다루는 게 생각보다 섬세한 작업이라는 걸 왜 몰랐을까 싶다. 벌레라도 꼬일까 봐 걱정되기도 한다. 예전에 어디서 봤는데 식물 줄기에 붙어있는 작은 벌레들이 꽃향기를 맡고 날아온다고 해서 좀 찝찝했다.

며칠 지나고 나서 드는 생각

꽃을 꽂아둔 지 이틀 정도 지났다. 벌써 꽃잎 몇 장이 바닥으로 툭 떨어져 있는데, 치우면서도 ‘아, 벌써 이렇게 시드나’ 싶어서 왠지 모를 씁쓸함이 든다. 당진에 사는 친구는 화순에서 꽃 농장을 하는 지인이 있어서 철마다 예쁜 꽃을 받는다고 자랑했는데, 그때는 그냥 흘려들었지만 지금은 조금 부럽다. 사실 생화는 금방 시드는 걸 알면서도 사는 게 참 미묘한 일이다. 꽃다발 가격 치고는 싼 것도 아닌데 말이다. 거실 한구석에 놓인 꽃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이걸 왜 샀을까’ 보다는 ‘이거 시들면 또 뭘 사야 하나’ 하는 고민이다. 일상의 작은 변화를 주는 데는 좋지만, 이게 유지 관리가 안 되면 결국 쓰레기가 된다는 점이 항상 마음에 걸린다.

생각보다 더 불편했던 과정

사실 꽃을 사고 나서 가장 당황했던 건 화병이었다. 집에 꽃을 꽂을 만한 그럴듯한 유리병이 하나도 없었다. 급한 대로 집에 있던 잼 통을 씻어서 사용했는데, 꽃의 줄기가 길어서 자꾸 옆으로 쓰러지더라. 테이프로 입구를 막고 고정해 보려고 했는데, 그것도 영 모양새가 안 났다. 결국 제대로 된 화병을 하나 사야 하나 싶어 당근마켓을 뒤적거리다가 귀찮아서 그만뒀다. 꽃 하나 꽂아두겠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회의감이 살짝 들기도 했다. 그냥 예쁜 사진으로 만족할걸 그랬나.

아직은 잘 모르겠는 꽃의 의미

꽃을 옆에 두는 게 정서적으로 좋다고는 하는데, 사실 난 아직 잘 모르겠다. 아침에 일어나서 꽃을 보면 조금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가,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시든 꽃잎을 보면 괜히 마음이 가라앉기도 한다. 아마 내 성격이 너무 효율을 따져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꽃이 주는 아름다움보다 ‘시들지 않게 관리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먼저 계산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사온 꽃은 이미 내 식탁 위에 놓여 있고, 한동안은 물을 갈아주며 관찰하게 될 것 같다. 다음에는 조금 더 오래가는 꽃 종류를 물어보고 사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다음번이 또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화병 물을 갈아주러 가는 길에, 어제 사 온 꽃들이 벌써 고개를 숙인 것 같아 조금 서두르게 된다.

댓글 2
  • 꽃 시드는 게 정말 안타깝네요. 저도 생화 사놓고 금방 蔫어져서 비슷한 기분이 들거든요.

  • 호접란 가격이 좀 부담스럽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꽃을 사는 게 낯설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