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 송이 장미를 꼭 안겨주고 싶었던 마음
며칠 전 아내 생일이었다. 평소 무뚝뚝한 남편이었던 터라 이번에는 좀 다르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멋을 부린답시고 머릿속에 떠올린 게 장미 백 송이였다. 로망 같은 건가. 일산 근처 꽃집을 서너 군데 돌아봤는데 생각보다 백 송이라는 숫자가 주는 위압감이 상당했다. 꽃집 사장님도 굳이 이렇게 많이 할 필요가 있냐며, 요즘은 수입 꽃으로 구성된 고급스러운 부케 스타일이 더 인기라고 몇 번이나 권하셨지만 고집을 꺾지 않았다. 결국 예약하고 찾으러 갔는데, 차 뒷좌석에 싣고 오는 내내 꽃향기가 너무 진해서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 가격은 대략 20만 원 중반대였는데,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당연한 건가 싶다가도 괜히 큰돈을 쓴 건 아닌가 싶어 땀이 삐질 났다.
생각지도 못한 공간의 문제
막상 집에 가져오니 꽃다발이 너무 커서 둘 곳이 마땅치 않았다. 식탁 위에 올려두면 밥 먹기가 불편하고, 거실 테이블에 두자니 TV 보는 시야를 가렸다. 결국 다용도실에 굴러다니던 큰 화병을 겨우 찾아 물을 채우고 꽂아두었는데, 꽃 무게 때문인지 자꾸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거실이 갑자기 꽃밭이 된 건 좋았지만, 잎사귀에서 떨어지는 꽃가루나 물기 때문에 아내가 오히려 청소 걱정을 먼저 하는 걸 보고 조금 미안해졌다. 꽃집에서 사장님이 ‘촬영용 부케’처럼 작은 게 실용적이라고 했을 때 말을 들었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
시들어가는 꽃을 보며 느끼는 묘한 기분
시간이 지나니 꽃잎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거실 바닥에 붉은 꽃잎이 흩어져 있는 걸 치우다 보니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분명 아내는 처음에 받고 좋아했는데, 3일 정도 지나자 꽃의 생명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게 눈에 보였다. 차라리 요즘 유행하는 프리저브드 꽃이었으면 좀 더 오래 봤을 텐데, 혹은 오르골 같은 실용적인 선물이라도 곁들였으면 좋았을 텐데 싶었다. 꽃이 주는 화려함은 짧고, 그 뒤에 남는 뒷정리는 온전히 아내 몫이 된 것 같아 마음이 영 불편하다.
차라리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젯밤에는 꽃잎이 바짝 마른 것들을 골라내 쓰레기봉투에 담았다. 장미 백 송이의 낭만은 딱 하루면 충분했던 것 같다. 다음번 기념일에는 그냥 적당히 예쁜 꽃다발 하나에 맛있는 케이크를 준비하는 게 서로에게 더 나을 것 같다. 꽃을 좋아하는 아내 마음을 생각해서 한 행동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내가 내 만족을 위해 일을 벌인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직 남아있는 장미들을 보며, 다음 주에는 그냥 깔끔하게 정리하고 기분 전환이나 하러 나가자고 말해야겠다. 꽃이라는 게 참, 예쁘긴 한데 다루기가 이렇게 까다로운 줄은 미처 몰랐다.
백송이로 멋을 부린 후, 꽃잎이 시들시들한 걸 보니 아쉬움이 크게 느껴지네요. 꽃의 관리도 쉽지 않다는 걸 새삼 알게 됐어요.
정말 씁쓸하네요. 꽃 때문에 오히려 불편함이 생기고, 아내분이 청소를 해야 한다니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