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 꽃집 앞을 서성이다 돌아선 이유
퇴근하고 지하철역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길에 항상 지나치는 작은 꽃집이 하나 있다. 가게 입구에 형형색색의 꽃들을 늘어놓아서 지나갈 때마다 향기가 나는데, 사실 그 향기보다는 가격표가 먼저 눈에 들어오곤 한다. 예전에 친구 생일에 선물하려고 꽃다발을 하나 맞추러 들어갔다가 5만 원이라는 금액을 듣고 살짝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그냥 평범한 다발이었는데 말이다. 물론 꽃값을 잘 모르긴 하지만, 밥 한 끼 가격보다 꽃 한 다발이 더 비싸다는 게 여전히 내 머릿속에서는 약간의 괴리감을 만든다. 어제도 그 앞을 지나는데 노란 해바라기가 예뻐서 잠시 멈췄다. 한 송이만 사서 내 방 유리컵에 꽂아두면 기분이 좀 달라질까 싶었는데, 괜히 꽃집 사장님 눈치가 보여서 결국은 그냥 지나쳤다.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나를 위해 퇴근길에 꽃을 산다는 게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가 싶기도 하고.
1만 원으로 꽃 시장 분위기를 내보려다가
언젠가 인터넷에서 만 원이면 시장에서 꽃을 잔뜩 사서 집을 꾸밀 수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 글을 보고 주말에 큰맘 먹고 꽃 시장에 가보려 했는데, 막상 가려니 거리가 너무 멀었다. 집 근처에 있는 꽃집들은 대부분 예약제 위주이거나 선물용 꽃다발을 주로 취급하다 보니 만 원짜리 한 장 들고 가서 꽃을 골라 담기가 민망한 분위기다. 괜히 주인분에게 ‘혹시 이렇게 조금만 살 수 있나요?’라고 묻는 것 자체가 소심한 성격에는 큰 산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결국 매번 포기하고 만다. 동네 근처 꽃집들은 사장님들이 너무 바빠 보이시거나, 아니면 아예 손님이 없어서 내가 들어가면 너무 적막할 것 같은 그런 묘한 기운이 있다.
무인 꽃집에서 느낀 묘한 안도감
그러다 우연히 좀 떨어진 동네에서 무인 꽃 판매점을 발견했다. 여기는 눈치 볼 사람이 없어서 정말 좋았다. 냉장고 안에 장미랑 거베라 같은 꽃들이 몇 송이씩 묶여서 들어 있었는데, 가격표도 딱 붙어 있어서 계산하기가 편했다. 3천 원에서 5천 원 정도 하는 가격이었는데, 딱 내 수준에 맞는 것 같아서 안심이 됐다. 조명을 예쁘게 해놓은 꽃 무드등도 옆에 있었는데, 그건 좀 비싸 보여서 구경만 하고 나왔다. 막상 그렇게 싼값에 꽃을 하나 사서 집에 오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유리컵에 물을 채우고 꽂아두니 방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지긴 하더라. 그런데 꽃이 며칠 못 가고 시들어버리는 걸 보는 게 또 일이다. 물을 갈아주는 것도 며칠 하다 보면 귀찮아지고, 결국 시든 꽃을 버릴 때마다 ‘아, 내가 괜한 짓을 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거창한 기념일이 아닌 평범한 날의 꽃
우리는 보통 꽃을 승진이나 축하, 혹은 누군가에게 미안할 때 선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얼마 전 직장 동료가 승진했을 때도 근처 꽃집에서 화분을 하나 보냈는데, 그건 왠지 의무적인 느낌이었다. 정작 내가 퇴근길에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꽃은 왜 그렇게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지 잘 모르겠다. 남들은 그냥 기분 전환용으로 사는 것 같은데, 나는 왜 꽃 한 송이 사는 데 이렇게 긴 시간을 고민하고, 가격을 비교하고, 시든 꽃 뒤처리까지 걱정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내가 아직 꽃을 즐기는 여유를 배우지 못한 것 같기도 하다. 다음번에는 꽃집 문을 열고 들어가서 ‘그냥 집에 둘 건데 한 송이만 살 수 있을까요’라고 당당하게 물어보고 싶다. 이번에 산 해바라기가 시들면, 그땐 진짜 시장까지 한 번 가볼까 싶기도 한데 사실 이것도 말만 그러고 또 안 갈 확률이 90퍼센트 정도 된다.
여전히 남는 약간의 찜찜함
장례식 때 쓰는 국화꽃을 사러 동네 꽃집에 갔던 적이 있다. 그때도 꽃집 사장님이 ‘이건 장례용인데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물어서 잠시 멈칫했다. 꽃에 대한 지식이 없다 보니 내가 고른 게 용도에 맞는지 틀린 지조차 판단이 안 서는 거다. 꽃이라는 게 참 쉽고도 어려운 존재 같다. 그냥 예쁜 것만 보면 될 텐데, 가격, 의미, 보관법 같은 것들이 자꾸 꼬리를 물고 생각나니 말이다. 결국 오늘 밤에도 시들어가는 해바라기를 보며 물을 갈아줘야 할지, 아니면 그냥 이제 정리해야 할지 고민한다. 어쩌면 이런 고민 자체가 꽃을 대하는 나의 미숙함일지도 모르겠다.
꽃을 사 온 걸 보니, 저도 퇴근길에 혹시 꽃 한 봉지 들고 돌아다니는 건 없을까 생각했어요. 해바라기가 시들면 시장 가서 다른 꽃을 사는 것도 괜찮겠네요.
해바라기를 사서 집에서 보다가 시들 때마다 그런 마음이 드는 게, 나도 가끔 이렇게 작은 행복을 놓치는 것 같아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