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문 여는 꽃집 찾다가 포기할 뻔한 이야기

아침 일찍 문 여는 꽃집 찾다가 포기할 뻔한 이야기

새벽 시간 꽃집 찾기라는 무모한 도전

며칠 전 아침 일찍 급하게 꽃이 필요했다. KTX를 타고 먼 곳으로 내려가야 하는 일정이었는데, 기차 시간이 오전 6시 44분이었다. 보통 꽃집들이 오전 10시나 11시는 되어야 문을 여는 걸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울역 근처 꽃집을 검색했다. ‘6시 30분에 문 여는 꽃집’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고 나니 한숨부터 나왔다. 네이버 지도에 표시된 가게들에 전화를 돌려보려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민폐일 것 같아 관뒀다. 결국 새벽 6시 30분에 열려있는 꽃집은 찾지 못했다.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기차역 안이나 근처는 당연히 빨리 열 줄 알았는데, 그 시간에 문을 연 곳은 편의점뿐이었다.

결국 전날 밤에 사두기로 결정

결국 전략을 바꿨다. 당일 아침에 사려던 계획을 접고 전날 저녁에 미리 꽃을 사기로 했다. 가격은 대략 5만 원 정도 잡았다. 사실 꽃값이 언제부터 이렇게 비싸졌는지 모르겠다. 동네 근처 꽃집에 들러서 적당한 꽃다발을 하나 골랐다. 사실 시들지 않는 꽃을 살까 잠시 고민했는데, 꽃집 사장님이 생화가 낫지 않겠냐고 하셔서 그냥 튤립이랑 안개꽃이 섞인 걸로 샀다. 5만 원이라는 금액이 아주 큰돈은 아니지만, 막상 들고 집에 가려니 짐이 생기는 느낌이라 살짝 귀찮기도 했다. 이걸 들고 다음 날 아침까지 싱싱하게 보관해야 한다는 생각에 갑자기 마음이 바빠졌다.

물처리와 보관의 딜레마

꽃집 사장님께 물 처리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집에 가져가서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지 물어보니 그냥 시원한 곳에 두라고 하셨다. 그런데 우리 집이 생각보다 덥다. 베란다에 두자니 너무 추울 것 같고, 거실에 두자니 난방 때문에 금방 시들 것 같고. 결국 화장실 서늘한 곳에 대충 두기로 했다. 꽃을 고를 때만 해도 ‘기념일이니까’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는데, 밤늦게 화장실 세면대 옆에 놓인 꽃다발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참 묘했다. 내가 이걸 왜 이 고생을 하면서 챙기고 있나 싶은 생각도 잠깐 들었다. 꽃이라는 게 주는 사람한테도 꽤나 정성과 시간이 들어가는 물건이라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다.

예산과 실용성 사이의 흔들림

사실 꽃을 살 때마다 든다. 이 돈이면 맛있는 걸 먹는 게 낫지 않나 하는 현실적인 고민 말이다. 얼마 전에 뉴스에서 롯데 자이언츠 팬들이 수비 실책 때문에 꽃집 매출만 오른다는 농담을 하는 걸 봤는데, 그 마음이 이해가 갔다. 상황이 나쁘면 꽃으로라도 마음을 달래야 하니까. 하지만 내 경우는 그냥 단순한 이벤트용이었다. 5만 원짜리 꽃다발이 며칠 뒤면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이 가끔은 허무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꽃을 건네받는 사람의 표정을 생각하면 또다시 꽃집 문을 두드리게 된다. 이게 참 묘한 굴레다.

마음은 전달되었으나 조금은 아쉬운 마무리

다음 날 아침, 결국 서두르다가 꽃을 살짝 찌그러뜨렸다. 기차역까지 들고 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험난했다. 꽃다발을 든 채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개찰구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옆 사람과 부딪히기도 했다. 다행히 꽃잎이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처음 샀을 때의 그 빳빳하고 예쁜 모양새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는 일이 이렇게 물리적인 피로감을 동반하는 줄은 몰랐다. 꽃을 받은 사람은 좋아했지만, 나는 기차에 타자마자 뻗어버렸다. 다음에는 그냥 기프티콘으로 보내야 하나, 아니면 정말 큰 마음 먹고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나 고민이 남았다. 그런데 또 막상 다음에 꽃을 사야 할 일이 생기면, 똑같이 근처 꽃집을 기웃거리고 있을 것 같다.

댓글 4
  • 꽃다발 들고 에스컬레이터 타는 모습이 생각나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짐 때문에 포기하는 게 다반사라니.

  • 튤립이랑 안개꽃 조합이 예쁘네요! 제가 꽃 선물할 때도 비슷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 새벽에 꽃집 찾아보려던 시도, 흔히 저럴 때 있네요. 꽃은 주는 사람의 마음이라서 결국 다시 가게를 찾게 되는 것 같아요.

  • 꽃다발이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게 안타깝네요. 물건의 수명과 주는 사람의 마음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