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 꽃집에서 겪은 당혹스러운 경험
며칠 전 회사 동료가 경찰 승진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냥 지나치기엔 좀 그래서 사무실 근처 꽃집에 들렀는데, 생각보다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축하 인사를 건네야 하는 자리라 조금 신경 써서 고르고 싶었는데, 쇼케이스 안에 있는 꽃들이 대체로 힘이 없어 보였다. 잎 끝이 갈색으로 변해 있거나 꽃잎이 미세하게 말려 들어간 느낌이랄까. 가격을 물어보니 작은 꽃다발 하나에 5만 원을 부르는데, 솔직히 그 돈을 주고 사기엔 망설여지는 퀄리티였다. 사장님은 요즘 날이 너무 더워서 관리가 어렵다며 토로하시는데, 상황은 이해가 가지만 선물하는 입장에선 선뜻 지갑이 열리지 않았다. 결국 빈손으로 나와서 다음 날 퇴근길에 조금 더 큰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굳이 강남 꽃도매상가까지 다녀온 이유
결국 고민 끝에 반차를 쓰고 강남에 있는 꽃도매상가에 다녀왔다. 이전부터 꽃이 필요할 때마다 동네 꽃집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도매 시장을 찾는 편이다. 새벽부터 움직여야 한다는 게 좀 부담스럽긴 하지만, 일단 가서 보면 상태가 다른 꽃들을 훨씬 저렴한 가격에 풍성하게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까. 이번엔 결혼 10주년 기념일도 얼마 남지 않아서 겸사겸사 넉넉하게 꽃을 사고 싶었다. 아침 9시쯤 도착했는데도 상가는 이미 분주했다. 여기저기서 물건을 나르는 소리와 꽃 내음이 섞여서 정신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직접 꽃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이 나 같은 사람에겐 훨씬 마음 편한 방식인 것 같다.
서양란과 축이전 화분을 고민하며
상가 내부를 돌아다니다가 서양란 화분을 봤다. 승진 선물로는 난 만한 게 없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해왔는데, 막상 실물을 보니 관리가 문제다. 예전에 집에서 키우던 난을 한 달도 안 돼서 죽였던 기억이 떠올랐다. 주변에서는 꽃보다는 차라리 축이전용 큰 화분이 낫다고들 하지만, 이동할 때 너무 무거워서 들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관리하기 쉬운 녀석들로 몇 개 골랐는데, 사장님들이 초보자도 안 죽이고 오래 키울 수 있는 몬스테라 같은 녀석들을 은근슬쩍 추천해 주셨다. 꽃시장의 장점은 이런 실질적인 조언을 바로 들을 수 있다는 건데, 문제는 역시나 주차다. 근처 공영주차장까지 한참을 헤매다 겨우 차를 댔는데, 불법주차를 할까 고민하다가 딱지 뗄까 봐 결국 유료 주차장에 들어갔더니 주차비만 꽃 가격만큼 나온 것 같아 헛웃음이 났다.
꽃 때문에 고민이 깊어지는 밤
결국 승진한 동료에게 줄 꽃다발과 아내에게 줄 꽃바구니를 합쳐 15만 원 정도를 썼다. 동네 꽃집에서 그냥 5만 원짜리 하나를 샀다면 훨씬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집에 와서 꽃바구니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니 예쁘긴 한데, 이걸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벌써 걱정이다. 며칠 지나면 시들어서 버려야 할 꽃들인데 왜 이렇게까지 집착하나 싶은 생각도 들고. 게다가 꽃집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라 어디가 비싼 건지 싼 건지 이제는 잘 모르겠다. 그냥 꽃시장에서 사서 내가 직접 포장하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막상 그 일을 하려면 또 귀찮아서 다음번엔 어떻게 할지 벌써 고민이다. 사실 꽃이라는 게 선물하는 사람의 마음이지, 퀄리티가 그렇게 중요할까 싶으면서도 막상 받아서 시들시들한 꽃을 보면 기분이 좋지 않을까 봐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는 것 같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
어쨌든 내일이면 승진한 동료에게 꽃을 전달해야 한다. 결혼기념일 케익도 미리 예약해 뒀으니 준비는 얼추 끝난 셈인데, 왜인지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다. 내가 산 꽃이 정말 그 정도 가치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내 만족을 위해 꽃시장을 다녀온 건지 잘 모르겠다. 주변에서는 그냥 근처에서 대충 사지 왜 고생하냐고 묻기도 하는데, 말로 설명하기가 참 어렵다. 다음에 또 꽃을 살 일이 생기면 그냥 동네 꽃집을 다시 가볼까 싶기도 하고, 아니면 인터넷으로 주문해 볼까 싶기도 하다. 여러 번 다녀봐도 꽃이라는 건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꽃 상태 진짜 신경 쓰이네요. 제가 전에 비슷한 경험이라도 있어서 그런지 더 공감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