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동역 근처에서 급하게 꽃다발을 찾다가 겪은 일

상동역 근처에서 급하게 꽃다발을 찾다가 겪은 일

갑자기 꽃다발이 필요해진 오후

오후 세 시쯤이었나, 갑자기 엄마 생신이라는 게 떠올랐다. 분명 며칠 전부터 달력에 표시도 해두고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당일이 되니 머릿속이 하얘졌다. 선물은 미리 주문해둔 게 있어서 괜찮았지만, 꽃다발이 없으면 영 허전할 것 같았다. 퇴근하고 집에 바로 들어가는 길에 어디서 사야 하나 고민하다가 회사 근처 상동역 꽃집을 몇 군데 검색해봤다. 그런데 평일 오후라 그런지 예약 없이 당일 제작이 가능한 곳을 찾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화려한 사진들을 보며 전화를 돌렸는데, ‘지금 꽃이 거의 다 빠져서요’라는 답변만 두 번 들으니 슬슬 초조해졌다.

예산과 현실 사이의 괴리

결국 역 근처에 규모가 꽤 커 보이는 꽃집에 무작정 들어갔다. 쇼케이스 안은 이미 거의 비어 있었다. 남은 꽃이라고는 색이 좀 칙칙해진 장미 몇 송이랑 이름 모를 풀떼기들이 전부였다. 마음은 급한데 예산은 5만 원 정도를 생각하고 갔다. 사실 꽃값이 정확히 얼마인지 체감이 안 돼서 일단 5만 원이면 되겠지 싶었는데, 사장님이 꽃 종류를 대충 고르시더니 ‘이 정도면 6만 5천 원은 나와야 풍성해요’라고 하셨다. 고민하는 내 표정을 보셨는지, 그럼 남은 꽃들로 맞춰서 5만 원에 해주겠다고 하셨다. 선택권이 없으니 그냥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 쇼케이스 한쪽에 쌓여 있는 조화들을 봤다. 예전에는 조화라고 하면 정말 티 나는 가짜 꽃뿐이었는데, 요즘은 만져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정교하게 나오는 것 같다. 납골당에 올릴 조화를 따로 사러 오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들었는데, 나도 나중에는 그냥 관리하기 편하게 조화로 할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꽃을 들고 지하철을 타는 민망함

꽃다발을 들고 나오니 퇴근 시간과 겹쳐 지하철역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포장지가 꽤 빳빳하고 커서 지하철 안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다. 누군가 내 꽃다발을 툭 치고 지나가는데, 꽃잎 하나가 툭 떨어졌다. 사실 6만 5천 원짜리 퀄리티를 5만 원에 맞춰달라고 했던 거라 꽃 상태가 아주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집에 도착해서 보니 꽃송이 몇 개가 이미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엄마는 꽃을 보더니 ‘돈 아깝게 이걸 왜 사 왔어’라면서도 화병에 꽂으시더라. 그 모습이 고맙기도 하고, 좀 더 미리 챙겼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유치원 졸업식 때 아이들이 들고 있는 꽃다발은 보기도 예쁘고 크기도 딱 적당해 보이던데, 내가 사 온 건 어딘가 좀 애매한 크기였다.

생화 관리와 그 뒤의 생각들

결국 꽃은 3일도 채 가지 못했다. 물을 갈아줘도 끝부분이 금방 말라버려서 결국 다 정리해서 버렸다. 쓰레기 봉투에 들어가는 꽃들을 보니 괜히 좀 씁쓸했다. 다음에는 천일홍 꽃다발 같은 드라이플라워를 사거나, 아니면 차라리 텀블러 같은 실용적인 선물을 하는 게 나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꽃다발을 건넬 때 엄마 표정이 잠시 밝아졌던 건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을 위해 5만 원을 쓰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더 적절한 금액대가 있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번에는 당일이라 급하게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좀 더 여유를 두고 골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일꽃다발이라는 게 사실 마케팅 용어 같기도 하고, 막상 현장에서는 재고 처리 느낌이 강해서 다음번에는 꼭 미리 예약을 하거나, 다른 대안을 찾아보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뭐, 일단은 이번 엄마 생신 이벤트는 무사히 넘겼으니 된 건가 싶기도 하고,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조금 더 잘 챙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묘하게 남아 있다.

댓글 4
  • 드라이플라워로도 좋을 텐데, 퀵 서비스 같은 건 없는 곳이 많네요.

  • 아,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 보니까 생화는 정말 섬세한 관리도 필요하겠어요. 특히 중요한 날에는 더 신경 써야 하는 것 같아요.

  • 꽃 상태가 좋지 않아서 6만 5천 원을 냈던 거 생각하면 좀 아쉬운 것 같아요. 조화처럼 오래 쓸 수 있는 것도 괜찮은데…

  • 꽃이 빨리 시들어서 아쉬웠어요. 유치원 졸업식 때 꽃다발처럼 튼튼한 종류를 골랐더라면 좋았을 텐데 생각해보니 더 예뻤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