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한구석에 쌓여가는 이름 모를 리본들

사무실 한구석에 쌓여가는 이름 모를 리본들

얼마 전 회사 사무실로 큼지막한 금전수가 하나 들어왔다. 누군가 새로 팀장으로 승진했다는 소식을 듣고 외부에서 보내온 축하 선물이었다. 잎이 반질반질하고 윤기가 도는 게 제법 비싼 몸값일 것 같았다. 대충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이 정도 크기의 화분은 배송비를 포함해서 10만 원에서 15만 원 정도 하더라. 꽤 큰돈인데, 막상 사무실 한복판에 두니 사람들의 통행을 은근히 방해하는 애물단지 신세가 된 것 같다. 처음에는 다들 ‘우와, 예쁘다’ 하면서 구경했지만, 일주일이 지나니 물을 줘야 할지, 아니면 그냥 두어도 되는 건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화분에 달린 리본 문구들의 무게

문제는 그 화분에 길게 늘어진 리본이었다. ‘승진을 축하합니다’ 혹은 ‘영전을 축하하며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같은 뻔한 문구가 적힌 흰 리본이 금전수 잎사귀 사이에서 계속 펄럭였다. 사실 처음엔 그게 조금 거슬렸다. 누구 이름으로 왔는지 확인하고 나면 그 뒤로는 정말 쓸모가 없어진다. 이걸 떼서 버려야 할지, 아니면 예의상 그냥 둬야 할지 애매하다. 가끔 지나가다 보면 리본 끝부분이 잎에 엉켜서 꺾이기도 한다. 예전에 뉴스에서 화분 리본이 환경 오염의 주범 중 하나라는 글을 본 기억이 났다. 재질이 비닐 소재가 대부분이라 분리배출도 애매하고, 그냥 일반 쓰레기로 버리기엔 찝찝한 그런 재질이다. 화분을 만든 사람도 고민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베란다 구석으로 밀려난 대나무 화분

집에도 비슷한 게 하나 있다. 몇 년 전 친구가 개업 선물로 보내준 대나무 화분인데, 가게를 접고 나서 처치 곤란이라 집으로 가져왔다. 처음엔 멋있어 보여서 거실에 뒀지만, 사실 키우기가 생각보다 까다롭다. 물을 너무 많이 줘도 문제고, 안 주면 금방 말라비틀어진다. 지금은 베란다 구석으로 완전히 밀려났다. 그때 붙어있던 리본은 진작에 가위로 잘라버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리본을 떼어내니 화분이 훨씬 가벼워 보였다. 그때는 왜 그렇게 리본을 달아서 화분을 무겁게 만드는지 이해가 안 갔다. 축하의 마음은 고맙지만, 사실 화분 자체보다 리본이 차지하는 존재감이 더 컸던 게 아닌가 싶다.

이름 모를 꽃과 화분들의 생존기

최근에 근처에 새로 생긴 카페 앞을 지나가다가 입구에 늘어선 화분들을 봤다. ‘돈 세다 잠드소서’ 같은 유머러스한 문구부터 아주 정석적인 문구들까지 리본이 정말 길게도 달려 있었다. 가게를 열 때 이렇게 많은 화분을 받으면 나중에 이걸 다 어떻게 할까? 다들 비슷하게 생각하는지, 한 달 정도 지나면 그 화분들은 어김없이 주인을 잃거나 시들어간다. 화분도 생명인데 왠지 마음이 짠해진다. 적당한 화분을 골라 보내는 것도 좋지만, 차라리 리본 없는 작은 화분 하나가 더 실용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보내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의 이름이 명확히 박힌 리본이 있어야 성의 표시가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말이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화분 관리의 숙제

사무실 금전수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누군가 가끔 물을 주는 것 같긴 한데, 이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잎 끝이 조금 노랗게 변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잘 키워보려고 해도 화분이라는 게 참 어렵다. 돈을 들여서 사거나 선물로 받거나, 결말은 늘 비슷한 것 같다. 결국 식물은 식물대로 힘들고, 인간은 인간대로 관리하느라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제는 팀장이 화분 리본을 좀 정리하라고 하던데, 이걸 그냥 떼서 쓰레기통에 넣을 생각을 하니 왠지 마음 한구석이 찝찝했다. 그냥 두면 잎이 더 엉망이 될 텐데. 오늘도 퇴근길에 그 금전수를 보면서 ‘저 화분은 언제까지 이 자리에 있을까’라는 생각을 또 했다. 아마 다음 승진자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구석으로 밀려나겠지.

댓글 3
  • 리본 때문에 오히려 화분 무게가 더 느껴지네요. 잎 자체의 무게도 고려해야 할 것 같아요.

  • 잎이 노랗게 변하는 게 안타깝네요. 화분 관리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 금전수의 잎이 반질반질한 게 정말 신기하네요. 저도 회사에 들어온 식물들이 가끔은 오히려 업무에 집중하는 걸 방해하는 기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