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되는 카네이션 바구니 고르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매년 반복되는 카네이션 바구니 고르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그냥 아무거나 고르면 될 줄 알았는데

매년 5월이 오면 꼭 겪는 숙제 같은 게 있다. 바로 어버이날 선물 고르기다.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냥 집 근처 꽃집에 들러서 대충 카네이션 바구니 하나 사 들고 가면 끝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올해는 왜 이렇게 고민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 카네이션 꽃배달 사이트들을 몇 군데 뒤져보는데 다들 비슷비슷해 보이다가도 막상 가격을 보면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로 꽤 차이가 나서 선뜻 결제 버튼을 누르기가 어려웠다. 인스타그램에서 감성적인 꽃집들을 찾아보면 가격은 더 천차만별이다. 어차피 며칠 있으면 시들 꽃인데,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막상 사진 속 예쁜 바구니를 보면 마음이 조금 흔들리기도 하고. 참 이게 뭐라고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생각보다 깐깐해지는 배송 시간

직접 가져다드리는 게 제일 마음 편하겠지만, 올해는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어서 그냥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게 문제다. 당일 배송이 되는 곳도 있지만, 후기를 읽어보니 5월 8일 당일에는 배달 기사님들이 너무 바빠서 도착 시간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작년에는 오전 중에 도착한다고 했던 게 오후 늦게야 배송되는 바람에 부모님이 이미 외출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런 경험이 한 번 있으니까 이제는 어떤 업체가 약속을 잘 지키는지, 후기란에 올라온 ‘배송 지연’ 관련 댓글들을 하나하나 읽게 된다. 이게 무슨 조사도 아니고, 기껏해야 꽃바구니 하나 보내는 건데 왜 이렇게 진지해지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전역패나 장기근속선물 같은 거면 디자인만 보고 골랐을 텐데, 꽃은 상태라는 변수가 있으니 더 불안한 것 같다.

뻔한 카네이션 말고 다른 거 없나 싶다가도

잠깐 옆길로 새서 건강식품을 사드릴까 하는 생각도 했다. 요즘 다들 홍삼이나 비타민 같은 걸 챙겨드리니까 말이다. 근데 막상 부모님께 여쭤보면 항상 하시는 말씀이 똑같다. ‘돈이 최고다’ 혹은 ‘꽃 하나면 된다’ 하신다. 이게 진심인지 아니면 그냥 예의상 하시는 말씀인지 구분하는 게 정말 어렵다. 꽃만 보내자니 너무 허전한 것 같고, 선물을 같이 준비하자니 예산이 훌쩍 넘어가 버린다. 40대들이 이번 가정의 달에 백화점에서 소비를 많이 했다는 뉴스를 봤는데, 아마 다들 나처럼 이런 고민 끝에 지갑을 여는 거겠지. 나도 그냥 백화점 가서 브랜드 카네이션을 살까 싶었지만, 결국엔 또 인터넷 검색창을 다시 켜고 있다.

작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결국 고민 끝에 작년에 이용했던 곳보다는 조금 더 후기가 상세한 곳을 골랐다. 사실 이게 더 낫다는 보장은 없지만, 최소한 작년에 겪었던 ‘꽃잎이 다 떨어져서 도착했다’는 문제는 피하고 싶어서다. 카네이션 바구니는 보통 작년에 7만 원 정도 줬던 것 같은데, 올해는 물가가 올라서 그런지 비슷한 구성도 9만 원은 줘야 하는 모양이다. 왠지 2만 원이 비싸진 것 같아 마음이 조금 찜찜하지만, 그렇다고 더 싼 걸 찾자니 꽃 상태가 걱정되고. 결국 적당히 중간 가격대인 8만 원짜리 상품을 골랐다. 스승의 날 선물까지 챙겨야 한다면 예산은 더 늘어날 텐데, 일단 어버이날부터 해결하고 보자는 마음이다.

여전히 남는 찜찜함

꽃배달 예약은 끝냈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개운하지 않다. 내가 보낸 꽃바구니가 사진이랑 똑같이 예쁘게 도착할지, 부모님이 받으시고는 정말 좋아하실지 알 수가 없으니까. 꽃이라는 게 생물이라서 예민한데, 내가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른 게 아니니 8일 당일이 될 때까지는 계속 신경이 쓰일 것 같다. 차라리 직접 가서 얼굴 뵙고 식사 한 끼 하는 게 제일인데, 상황이 안 되니 이렇게라도 마음을 전하는 게 최선인가 싶기도 하고. 어쨌든 결제는 마쳤으니 이제는 그냥 무사히 도착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매년 돌아오는 5월이지만, 꽃을 고르는 일은 왜 이렇게 항상 처음처럼 낯설고 어려운지 모르겠다. 내년에는 고민 좀 덜 하고 그냥 바로 주문했으면 좋겠는데, 아마 내년에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