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골당에 둘 꽃을 고르다보니 생각이 너무 많아졌다

납골당에 둘 꽃을 고르다보니 생각이 너무 많아졌다

납골당의 좁은 선반과 현실적인 고민

매번 어버이날이 다가오면 고민의 지점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예전에는 그냥 꽃집에서 제일 빨간 카네이션 꽃다발을 사서 들고 가면 그만이었는데, 이제는 그게 조금 상황이 달라졌다. 아버지가 계신 곳은 납골당이라서 생화를 놔두면 며칠 지나지 않아 금방 시들어버리고, 그럼 또 그걸 치우러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관리실에서 주기적으로 정리를 해준다고는 하지만, 갈 때마다 시든 꽃을 보는 게 영 마음이 편치 않아서 결국 조화를 찾게 되었다. 그런데 조화라는 게 또 잘못 고르면 너무 조잡해 보여서 고르기가 영 까다롭다. 최근에 본 5만 원대 꽃다발들은 너무 크고 화려해서 납골당의 작은 유리 칸 안에 넣기에는 애매했다. 결국 다이소나 온라인몰에서 적당한 사이즈의 카네이션 조화를 이것저것 찾아보게 되었는데, 이게 또 생각보다 배송비가 아까운 상황이 된다.

도예토와 나무가지로 만들어본 어설픈 고정대

그냥 꽃만 덜렁 두기에는 왠지 너무 성의 없어 보여서,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해보고 싶었다. 인터넷에서 납골당 꾸미기 팁을 검색하다가 도예토를 활용해서 베이스를 만드는 걸 봤다. 5천 원 정도 하는 도예토 한 팩을 사서 납골당 선반 크기에 맞춰 판을 만들고, 거기에 예전에 야산에서 주워두었던 마른 나무가지를 꽂아 고정대를 만들어봤다. 이게 의외로 손이 많이 간다. 도예토가 마르는 동안 나무가지가 자꾸 쓰러져서 테이프로 임시 고정을 해둬야 했는데, 그게 완전히 마르고 나니 생각보다 단단하긴 했다. 그런데 막상 꽃을 꽂아보니 생각했던 것만큼 예쁘지 않아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려고 덩굴 같은 조화 줄기를 칭칭 감아봤는데, 오히려 지저분해 보이는 느낌이랄까. 괜히 일을 벌였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금카네이션과 색모래의 유혹 사이에서

옆 칸에 계신 분들은 참 예쁘게도 꾸며놨더라. 색모래를 유리병에 담아서 꽃을 꽂아둔 걸 봤는데, 그게 훨씬 깔끔해 보였다. 내가 만든 도예토 받침대는 투박하기만 한데, 그런 소품들은 어떻게 그렇게들 잘 찾아서 꾸미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한때는 금카네이션 같은 것도 고민했다. 시들지도 않고 고급스러워 보여서 괜찮겠다 싶었는데, 막상 실제 제품 후기를 보니 묘하게 장난감 같은 느낌이 나는 것들이 많아서 결국 포기했다. 색모래를 깔고 꽃을 고정하는 게 가장 안전한 선택 같기는 한데, 이미 도예토로 받침대를 만들어버려서 지금 다시 되돌리기도 귀찮다. 그냥 이대로 가지고 가서 놓아보려고 한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적응 안 되는 꾸미기

납골당이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특유의 차가움이 있어서, 꽃을 갖다 놓는 게 정말 중요한 일처럼 느껴진다. 돈이 나오는 케이크나 거창한 선물은 아니어도, 정성스럽게 무언가를 준비해서 다녀오면 마음의 짐이 조금은 덜어지는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여전히 매년 반복되는 이 과정이 낯설다. 누구는 어버이날이라고 호텔 뷔페에 예약하고 꽃바구니를 선물하는데, 나는 유리창 너머의 공간을 어떻게 하면 덜 썰렁하게 만들까 고민하며 조화를 다듬고 있다. 이런 차이가 가끔은 씁쓸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냥 깔끔하게 꽃 한 송이만 놓을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들고, 또 너무 심심한 것 같아 다시 이것저것 더해보기도 한다. 정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고민하게 되는 시간들이다.

다음번에는 그냥 심플하게 가기로

내일 아침 일찍 다녀올 생각이다. 이번에 만든 이 어설픈 장식품이 그 작은 칸에 잘 들어갈지 모르겠다. 아마 가서 막상 놓아보면 너무 튀어서 다시 빼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면 반대로 너무 초라해서 꽃을 몇 개 더 사 올걸 그랬나 싶을 수도 있겠지. 사실 마음이라는 게 그런 거 같다. 뭔가 더해주고 싶은데, 그게 오히려 욕심인 것 같기도 하고. 다음번에는 무리해서 만들기보다는 그냥 꽃 몇 송이 사서 예쁜 화병 하나에 꽂아두는 정도로만 끝내야겠다. 쓸데없이 도예토니 나무가지니 사들이는 비용도 결국은 1~2만 원 선인데, 그 돈이면 그냥 좀 더 괜찮은 조화를 사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번 방문은 일단 이렇게 마무리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