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사무실에 거대 화분이 들어온 날

갑자기 사무실에 거대 화분이 들어온 날

예상치 못한 커다란 짐이 도착했다

며칠 전 사무실에 출근했더니 문 앞에 떡하니 서 있는 대형 화분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누가 보낸 건지 스티커를 확인해보니 거래처에서 보내온 개업 축하 화분이었다. 사실 우리 사무실이 정식으로 개업한 지는 꽤 지났는데, 이제야 축하 인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좀 묘했다. 높이가 거의 내 가슴팍까지 오는 크기라 사무실 입구가 좁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런 걸 받으면 고맙긴 한데, 사실 관리할 생각부터 앞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화분 아래에 붙은 리본 문구가 너무 거창해서 오히려 민망하기도 했다.

물 주는 것도 일이고 잎 닦는 것도 일이다

이런 대형 화분은 집에 두기엔 부담스럽고 사무실에 두면 인테리어 효과는 확실히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이름도 잘 모르는 이 큼지막한 식물에게 물을 얼마나 줘야 할지 도통 감이 안 잡힌다. 동네 마트에서 파는 작은 야생화 화분처럼 겉흙이 마르면 준다는데, 대형 화분은 워낙 깊어서 속까지 말랐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잎이 워낙 넓어서 먼지도 잘 쌓인다. 며칠 전에는 잎에 묻은 먼지를 닦아내느라 물티슈 한 팩을 다 썼다. 그냥 툭 던져놓으면 알아서 크는 줄 알았는데 식물도 결국 사람 손을 타야 예쁘게 유지된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배치 고민하다 허리 나갈 뻔한 경험

처음엔 입구 쪽에 뒀는데 자꾸 사람들이 드나들 때마다 잎에 옷이 걸렸다. 고민 끝에 창가 쪽으로 옮기려고 화분 받침대를 밀었는데, 밑에 달린 바퀴가 뻑뻑해서 잘 움직이지도 않았다. 가격대를 대충 검색해보니 보통 10만 원에서 20만 원 사이는 줘야 이런 정도 크기를 맞추는 것 같은데, 비싼 화분일수록 무게가 정말 장난이 아니다. 결국 혼자 끙끙대다가 나중에 동료가 와서야 겨우 창가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화분 옮기는 것만으로도 아침 운동을 다 한 기분이었다. 왜 다들 개업식 때 화분 대신 다른 실용적인 걸 주고받는지 이제야 좀 이해가 갔다.

해 없는 구석에서도 잘 버틸 수 있을까

우리 사무실 창가 쪽이 해가 아주 잘 드는 편은 아니다. 검색해보니 이런 환경에서는 행운목 종류나 반음지 식물이 낫다던데, 정체불명의 이 초록 잎사귀들은 과연 얼마나 버틸지 의문이다. 예전에 집에서 키우던 화분들도 결국 다 말라 죽어서 치우는 게 일이었던 기억이 난다. 대형 화분은 분갈이도 엄두가 안 난다. 나중에 화분이 너무 작아지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벌써부터 막막하다. 그냥 가끔 물이나 주고 잎이나 한 번씩 닦아주는 게 최선인 것 같다. 괜히 영양제까지 챙겨주다가 더 빨리 죽이지나 않을까 하는 이상한 불안감도 있다.

그냥 그대로 두고 보기로 했다

화분 배달하시는 분이 가져다주면서 며칠에 한 번씩 물을 주라고 하셨는데, 벌써 그 며칠이 정확히 언제였는지 잊어버렸다. 어제는 물을 너무 많이 준 것 같아서 화분 받침대에 고인 물을 다시 버리느라 한바탕 소동을 피웠다. 사실 꽃이 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초록색 잎뿐이라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다. 그래도 사무실이 전보다 훨씬 생기 있어 보인다는 동료의 말에 위안을 삼는다. 딱히 내가 관리를 잘해서가 아니라 그냥 저 녀석이 꿋꿋하게 잘 버텨주고 있는 것 같다. 한강 뷰 아파트 관리인이 된 누군가처럼 나도 이 화분 관리인이 된 기분이다. 죽이지나 말아야 할 텐데, 내일은 잊지 말고 물 조절이나 신경 써봐야겠다. 잘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과, 조금만 덜 컸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묘하게 섞여 있다.

댓글 4
  •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큰 선물을 받았을 때, 괜히 어색해지는 기분, 알죠?

  • 잎이 옷에 걸리는 문제, 정말 공감해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화분 위치 바꾸는 게 쉽지 않더라구요.

  •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곳에 큰 화분을 놓으니, 집에서 키우던 식물들이 죽을 때처럼 걱정되네요.

  • 정말 컸네요! 저희 회사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데, 옮길 때마다 온몸으로 힘이 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