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택까지 가서 본 텅 빈 매장과 화분들
친한 친구가 평택에 무인 빨래방을 오픈했다는 소식을 듣고 주말에 시간을 내어 다녀왔다. 나름대로 뭔가 도움이 될 만한 걸 주고 싶어서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무난한 게 최고라는 생각에 동네 꽃집에서 큼지막한 개업 화분을 하나 골랐다. 사실 처음에는 실용적인 선물로 우산꽂이나 시계 같은 걸 살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빨래방이라는 공간 특성상 인테리어를 어떻게 해놨는지 전혀 감이 안 잡혀서 섣불리 물건을 사기가 겁이 났다. 결국 무난한 시멘트 화분을 하나 골라 들고 갔는데, 막상 매장 문을 열고 들어가니 화분이 이미 10개는 넘게 놓여 있었다.
화분을 놓을 자리가 없어서 생기는 문제들
가게 안은 온통 초록색이었다. 입구부터 계산대 근처까지 화분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서 오히려 통행에 방해가 될 정도였다. 친구는 웃으면서 고맙다고는 했지만, 눈빛을 보아하니 이걸 다 어디에 둬야 할지, 당장 물은 어떻게 줘야 할지 벌써부터 막막해하는 게 보였다. 12만 원 정도 주고 산 꽤 큼직한 놈이었는데, 이 좁은 매장에서 얘가 제대로 숨이나 쉴 수 있을까 싶었다. 무인 빨래방이라 사람이 계속 상주하는 것도 아닐 텐데, 벌써 몇몇 화분은 잎 끝이 누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축하의 의미로 보냈겠지만,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게 선물이 아니라 숙제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리되지 않는 화분들의 미래
옆에 있던 다른 화분을 살짝 들어보니 밑받침에 물이 고여서 썩은 냄새가 살짝 났다. 친구가 매일 와서 물을 줄 수 있는 환경도 아닐 텐데 말이다. 결국 나중에는 이게 다 쓰레기가 될 텐데, 왜 우리는 개업만 하면 일단 꽃화분부터 보내고 보는 걸까. 차라리 그 돈을 모아서 필요한 집기류를 사주거나, 아니면 정말 센스 있게 화분 대신 쌀 화환이라도 보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아니면 아예 꽃파는총각 같은 곳에서 하는 것처럼 실용적인 다른 방식으로 축하를 대신하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그저 가장 쉬운 방법을 선택한 것 같아 마음이 조금 찝찝했다.
실용적인 선물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계속 그 화분들 생각이 났다. 친구가 무인 빨래방을 운영하려면 24시간 돌아가는 기계 관리하고, 손님들 컴플레인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텐데 말이다. 다음에는 정말 화분 말고 다른 걸 사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예를 들어 매장에 필요한 대용량 세제라든지, 아니면 손님들이 잠시 앉아 있을 때 쓸 수 있는 잡지 같은 거라도 말이다. 물론 그런 것도 친구 취향을 타겠지만 적어도 화분처럼 죽어가는 걸 보며 마음 졸일 일은 없지 않을까.
여전히 남는 찜찜함과 다음 계획
다음 주쯤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화분들 잘 있냐고 물어봐야겠다. 아마 몇 개는 벌써 정리했거나 죽었을지도 모른다. 나부터가 꽃 선물을 참 좋아하는데, 막상 이런 상황이 되니 꽃이라는 게 얼마나 관리하기 까다로운 생명체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축하하는 마음이야 변함없지만, 다음번 개업 때는 정말로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다. 일단은 친구가 가게 운영을 잘해서, 내 화분이 매장에서 쫓겨나는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문득 내가 보낸 화분이 그 많은 것들 중에서 가장 먼저 시들면 어쩌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든다.
친구의 개업 선물로 화분 보내는 건 좀 과한 것 같아요. 가게 운영에 필요한 물건을 직접 보내는 게 더 실용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동네 빨래방에 화분들이 많아 보이니까, 친구도 운영하기 쉽지 않겠어요?
화분들 때문에 친구가 걱정하는 모습 보니 마음이 쓰이네.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화분들이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릴까 봐 걱정되기도 하더라고.
개업 화분 때문에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지네요. 제가 전에 비슷한 상황에서 꽃 화분 대신 쌀 화환을 보냈더니 친구가 훨씬 만족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