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오픈 선물 고르다 지쳐서 그냥 내 눈에 예쁜 걸로 샀다

사무실 오픈 선물 고르다 지쳐서 그냥 내 눈에 예쁜 걸로 샀다

동네 꽃집을 기웃거리며 든 생각

친한 후배가 이번에 작은 사무실을 냈다고 해서 꽃집을 찾아갔다. 사실 처음에는 인터넷에서 ‘개업 화분 추천’ 같은 키워드를 검색해서 적당히 골라 보내려고 했다. 그런데 막상 화면으로 보는 것들은 다 비슷비슷해 보였다. 대리석 화분에 꽂힌 뻔한 리본 문구, 그리고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식물들. ‘축 번창’, ‘대박 나세요’ 같은 글귀를 보고 있자니 왠지 마음이 덜 담긴 것 같아서 직접 눈으로 보고 골라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천안에 있는 평소 지나다니며 눈여겨봤던 작은 꽃집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공간이 좁고 화분 종류가 많지 않아서 당황했다. 사장님은 연신 ‘철골소심’ 같은 난 종류를 추천해주셨는데, 내 눈엔 그게 너무 올드해 보이고 사무실 인테리어랑 어울릴지 도무지 감이 안 왔다.

가격과 현실 사이의 타협

가게 안을 한참 서성이다가 15만 원 정도 하는 꽤 덩치가 큰 관엽식물을 가리켰다. 이름도 잘 모르겠는데 잎이 넓고 시원시원해 보여서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가격을 듣고 나니 조금 고민이 됐다. 물론 축하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긴 하지만, 사무실이 좁으면 큰 화분은 오히려 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예전에 누군가 사무실에 너무 큰 화분을 보내서 물 주고 관리하는 게 일이라고 투덜거리는 걸 들었던 기억이 났다. 결국 8만 원대의 적당한 크기, 잎이 촘촘하고 생기 있어 보이는 식물로 타협했다. 도기 화분이라 묵직한 게 그나마 덜 저렴해 보여서 다행이었다. 배송료 1만 원을 포함해서 총 9만 원을 결제했다. 배달은 당일 오후에 바로 가능하다고 해서 한시름 놓았다.

문구 적는 게 제일 어려운 숙제

결제하고 나서 가장 난감했던 건 리본에 적을 문구였다. ‘축 개업’은 너무 형식적이고, 그렇다고 너무 오글거리는 말을 쓰기도 쑥스러웠다. 사장님이 옆에서 재촉하시는데 머릿속이 하얘졌다. 결국 ‘너의 시작을 응원해’라는 평범한 문구로 결정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차라리 편지를 따로 써서 건네주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리본은 나중에 식물 시들면 버릴 때 괜히 씁쓸해지니까. 요즘은 아예 팻말을 예쁘게 디자인해서 꽂아주는 곳도 있다던데, 급하게 고르느라 그런 세심한 부분까지는 챙기지 못했다.

식물을 선물한다는 것의 묘한 부담감

배송을 마치고 후배에게 사진이 왔다. 사무실 구석에 놓인 화분이 생각보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나도 예전에 집에서 식물을 키워봤지만, 물 주는 타이밍 맞추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잎이 노래지기 시작하면 바로 잘라줘야 하는데, 바쁜 사무실에서 그런 관리가 잘 될까 싶다.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과정을 즐긴다고 하지만, 사실 개업 화분은 ‘관리의 짐’이 되기도 하니까. 차라리 커피 쿠폰 같은 실용적인 게 나았을까 하는 뒤늦은 후회가 아주 잠깐 스쳤다.

어쨌든 마음은 전달했으니

며칠 뒤 사무실에 직접 놀러 가 보니 화분이 생각보다 씩씩하게 잘 버티고 있었다. 후배는 ‘이거 덕분에 공기가 좀 좋아진 것 같다’며 고맙다고 했다. 진심인지 인사치레인지 알 수는 없지만, 뭐 어쨌든 빈손으로 가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화분 밑에 흙이 조금 쏟아져 있어서 물티슈로 닦아내는데, 새삼스럽게 식물 하나 키우는 것도 일이구나 싶었다. 집에 돌아오니 나도 괜히 방 안이 허전해 보여서 작은 화분 하나 들여놓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서 고생할 걸 알면서도 고민하는 게 참 이상하다. 이번에는 10만 원 미만으로 끝냈지만, 다음에 또 누군가 개업을 한다면 그때는 좀 더 시간을 들여서 예쁜 화분을 찾아볼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댓글 4
  • 좁은 사무실에 큰 식물은 오히려 신경 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딱 맞네요. 작은 식물로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개업 선물 고르면서 겪는 고민, 정말 공감돼요. 큰 식물은 부담스럽고, 문구도 딱딱한 게 느껴지더라고요.

  • 사진에 나온 화분, 저도 예전에 키웠던 식물 생각나네요. 물 주는 게 정말 스트레스였어요.

  • 잎이 넓고 시원시원한 관엽식물 고르신 게 좋네요. 공간이 좁은 사무실에 큰 식물은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 충분히 고려하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