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자기 노란색이 눈에 들어왔던 날
특별한 기념일은 아니었는데, 며칠 전부터 마음이 좀 싱숭생숭했다. 그냥 뭐랄까, 겨울이 너무 길게 느껴졌던 건지 집 안에 생기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게 갑자기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무작정 양재꽃시장에 다녀왔다. 평소라면 그냥 집 근처 작은 꽃집에서 비싼 돈 주고 한 송이씩 샀을 텐데, 이번엔 왠지 마음먹고 도매시장에 가보고 싶더라. 새벽에 간 건 아니고, 그냥 평일 오전 중에 느긋하게 갔는데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 다들 나랑 비슷한 마음이었을까.
후리지아인지 프리지아인지
도착해서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노란 꽃이 유독 많이 보였다. 다들 후리지아, 아니 프리지아라고 부르던데 사실 발음은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 싶다. 한 단에 5,000원이었나, 7,000원이었나. 구역마다 가격이 조금씩 달라서 처음엔 좀 당황했다. 그냥 눈에 보이는 곳에서 덥석 집지 말고 두어 군데 더 돌아볼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아주 살짝 들긴 했다. 그래도 만 원 한 장으로 이렇게 한 아름 들고 올 수 있다는 게 어디인가 싶어 그냥 기분 좋게 샀다. 집에 가져와서 포장지를 벗기는데 후두둑 꽃잎이 떨어질까 봐 얼마나 조심스러웠는지 모른다.
꽃말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으면서도
꽃을 꽂아두고 검색해보니 후리지아 꽃말이 ‘새로운 시작’이라나. ‘당신의 시작을 응원한다’는 뜻도 있다고 하던데, 사실 나는 그런 거창한 의미보다는 그냥 며칠 동안 내 방에 퍼지는 그 쌉쌀하면서도 달큰한 향기가 더 중요했다. 어디서 봤는데 ‘순진한 마음’이나 ‘자기 사랑’ 같은 의미도 있다고 한다. 꽃말을 다 외우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지만, 그래도 괜히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는 느낌은 있었다. 누군가는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이런 꽃을 주고받는다던데, 나는 그냥 나 자신한테 주는 위로 정도로 충분했던 것 같다.
물 갈아주는 게 생각보다 귀찮아
처음 며칠은 정말 좋았다. 창가에 두니까 햇살이랑 꽃 색깔이 섞여서 보는 것만으로도 봄이 온 것 같았다. 그런데 3일쯤 지나니까 줄기 끝이 무르고 물이 탁해지는 게 눈에 보였다. 매일 물 갈아주고 줄기 끝을 사선으로 잘라주는 게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다. 장미 배달 같은 거 시키면 금방 시들어버려서 속상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건 그나마 덜하긴 하지만 역시 생화는 관리가 핵심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나중에는 그냥 화병 채로 버리고 싶은 충동도 잠깐 들었다.
아직은 알 수 없는 다음 주
결국 꽃이 다 시들고 나면 또 다른 꽃을 사러 갈지, 아니면 그냥 화분을 하나 들일지 고민이다. 이번엔 도매시장에서 사서 나름 저렴하게 즐겼지만, 매번 거기까지 가서 꽃을 들고 오는 것도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꽃이 다 지고 나면 다시 칙칙한 방으로 돌아가는 건 아닌가 싶어 괜히 마음이 조금 불안하기도 하다. 그래도 일단은 지금 책상 위에 놓인 노란 꽃잎들이 조금 더 버텨주길 바랄 뿐이다. 다음엔 좀 더 오래가는 걸 사야 할지, 아니면 아예 다른 종류를 찾아봐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어제도 비슷한 경험 있었어요. 장미를 너무 오래 kept 후리지아처럼 시들시들했는데, 그때도 물 관리 열심히 했는데도 결국엔…
저도 갑자기 노란색에 끌리는 날이 있었어요. 겨울이 길어져서 그런가, 꽃을 보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저도 꽃 관리하다 보면 얼마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 알 것 같아요. 특히 줄기 자르는 게 꽤 신경 쓰이더라구요.
저도 겨울이 길게 느껴질 때, 집안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꽃을 사오는 습관이 있어요. 특히 노란색은 포근한 느낌이 좋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