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에 친한 친구가 드디어 작은 음식점을 냈다는 연락을 받았다. 동네에 치킨집이랑 같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인데, 나름 고민을 많이 해서 준비했길래 그냥 빈손으로 가기는 좀 그래서 개업 화분을 하나 보내기로 했다. 사실 예전에는 개업 선물이라고 하면 무조건 금전수나 스킨답서스 같은 화분이 국룰이었는데, 요즘은 공간이 좁으면 오히려 짐이 될 수도 있다고 해서 고민이 좀 됐다. 그래도 왠지 화분이 없으면 가게가 너무 삭막해 보일 것 같아서 결국 무난한 공기정화 식물을 하나 주문했다.
인터넷으로 화분 주문할 때의 막막함
결국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적당히 사이즈 괜찮아 보이는 놈으로 골랐다. 가격대는 배송비 포함해서 6만 원 정도 줬는데, 막상 결제하고 나니까 이게 진짜 친구 가게에 잘 어울릴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보통 이런 화분은 사진만 보고 시키는 거라 실제 크기랑 잎 상태를 가늠하기가 참 어렵다. 게다가 리본 문구도 고민이다. ‘돈세다 잠드소서’ 같은 진부한 멘트를 쓸지, 아니면 그냥 정석대로 ‘대박 나세요’라고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적당히 평범한 문구로 골랐는데, 막상 보내고 나니 좀 더 재치 있게 적을 걸 그랬나 하는 묘한 후회가 남았다. 역시 이런 건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르는 게 제일 속 편한 것 같다.
예상치 못한 배송의 문제
배송 시간도 문제였다. 개업 첫날은 워낙 정신없을 게 뻔해서 오전 일찍 도착하게 하고 싶었는데, 화분 배달 서비스라는 게 워낙 유동적이라 딱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 친구가 가게에 도착하기 전에 화분이 먼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화분이 너무 커서 입구 쪽에 두니까 손님들 들어오는 길목을 살짝 방해하는 느낌이었다. 친구가 고맙다고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는데, 화분이 가게 인테리어랑 묘하게 따로 노는 것 같아 괜히 민망했다. 친구 말로는 치킨집이라 안 그래도 기름 냄새나 환기 때문에 신경 쓰이는데 화분까지 두니 관리가 고민이라고 했다. 식물도 종류마다 성격이 다른데, 주방 근처는 아무래도 습하고 뜨거워서 금방 시들까 봐 걱정이 앞선다.
화분을 선물하고 나서 드는 고민
나중에 가게에 직접 가서 보니 화분 잎 끝이 살짝 말라 있었다. 친구는 바빠서 물 줄 생각도 못 했다고 하는데, 내가 선물한 건데도 이렇게 관리되는 걸 보니 마음이 좀 그렇다. 차라리 그 돈으로 쓸만한 소형 가전이나 가게에서 쓸 수 있는 큐알코드 거치대 같은 걸 사줄 걸 그랬나. 아니면 그냥 현금으로 줄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요즘 무인 매장이나 소규모 카페 하는 사람들은 소화기나 실용적인 물건이 더 필요하다고 하던데, 나는 너무 남들 다 하는 걸로만 생각한 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친구는 구석에 화분을 잘 놓아두고 손님들한테 자랑도 했다니 그걸로 된 건가 싶기도 하고, 생각이 정리가 잘 안 된다.
다음에 개업 선물을 또 고르게 된다면
다음에 또 누군가 가게를 열면 그때는 무작정 화분을 사기 전에, 그 가게에 진짜 필요한 게 뭔지 먼저 물어보고 싶다. 예를 들어 가게 상호가 크게 박힌 스티커나 계산대 옆에 둘 작은 인테리어 소품 같은 것도 좋을 것 같다. 꽃이나 화분은 예쁘긴 한데 관리가 꽤 까다롭다. 오늘 보니까 친구가 분무기로 잎에 물을 뿌려주던데,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안쓰러워 보였다. 손님 한 명이라도 더 받아야 할 시간에 식물 돌보고 있는 게 참, 개업 선물이 오히려 일거리를 하나 더 얹어준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도 예쁘긴 예쁜데, 참 애매한 기분이다.
사진에서 화분이 가게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앞으로는 가게의 스타일을 먼저 파악하고 선물을 고르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