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이프 생일이 다가오는데, 뭔가 좀 특별한 걸 해주고 싶었다. 맨날 똑같이 밥 먹고 케이크 끄는 것 말고, 좀 더 기억에 남을 만한 거. 친구들이 가끔 유튜브에서 보던 ‘트렁크 프로포즈’ 같은 거 있잖아. 그거 한번 해볼까 싶었다. 인터넷 찾아보니까 뭐 꽃이랑 풍선 잔뜩 넣고, 편지도 쓰고, 조명도 달고… 생각보다 좀 번거로워 보이긴 했는데, 그래도 와이프가 좋아할 걸 생각하니 의욕이 막 솟았다.
일단 필요한 것들부터 사 모으기
일단 제일 중요한 건 꽃이겠지. 프로포즈하면 장미 아니겠어? 검색해보니 빨간 장미가 국룰이라고 해서 빨간 장미랑, 좀 색깔 맞추려고 흰색 장미도 몇 송이 섞었다. 아, 그리고 길쭉한 꽃병도 하나 샀다. 트렁크 말고 거실에 장식할 생각으로. 풍선은 무슨 글자 풍선 같은 거 사려고 했는데, 그거 너무 유치해 보일까 봐 그냥 금색, 은색 동그란 풍선 몇 개랑 하트 모양 풍선 몇 개로 타협했다. 조명도 인터넷에서 파는 저렴한 LED 스트링 조명 샀다. 전구 색깔로 은은하게. 아, 그리고 뭔가 좀 더 드라마틱한 효과를 위해 연기 나는 파티 폭죽 같은 것도 하나 샀다. (이건 나중에 엄청 후회함)
이걸 대체 왜 하려 했을까?
막상 트렁크에 이걸 다 넣으려고 하니까… 이게 생각보다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하는 거다. 장미 한다발이 이게 또 생각보다 크고, 풍선은 부피만 크고, 조명은 전선이 꼬여서 난리도 아니었다. 내 차가 뭐 그렇게 트렁크가 넓은 편도 아니라서, 이걸 어떻게 다 넣고 와이프를 태우고 자연스럽게 이벤트 장소로 이동하냐고. 처음엔 그냥 트렁크 문 열면 짠! 하고 보이게 하려고 했는데, 일단 넣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풍선 터질까 봐 조심스럽게 넣고, 꽃잎 상할까 봐 또 조심스럽게 넣고.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더라. 게다가 내가 뭘 모르고 샀던 건지, 풍선에 바람 넣는 펌프를 따로 안 샀다. 입으로 불려고 했는데, 한두 개 불다가 숨 넘어가는 줄 알았다. 결국 동네 문구점에서 2천원짜리 펌프 사서 겨우겨우 불었다.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됐냐면
결국 트렁크에 다 넣는 건 포기했다. 그날 와이프 생일이었는데, 너무 늦게까지 이걸 붙잡고 있을 수만은 없었으니까. 그래서 계획을 급하게 변경했다. 거실에 장식하기로. 트렁크 프로포즈는… 그냥 친구들이랑 술 마시면서 다음 기회에… 라고 얼버무렸다. 그래도 거실에 꽃이랑 풍선, 조명 켜놓으니까 나름 괜찮았다. 와이프도 보더니 “와, 이거 뭐냐?” 하면서 좀 놀라워하긴 했다. 근데… 그 연기 나는 폭죽 있잖아. 그걸 터뜨렸는데, 이게 연기가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나는 거다. 거실에 환풍기를 틀고 창문까지 다 열었는데도 몇 분 동안 연기 자욱해서 기침 콜록거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와이프는 “이게 뭐야, 매캐해” 이러고. 순간 ‘아, 내가 이걸 왜 샀을까’ 싶더라. 괜히 분위기 망친 기분이었다.
그래도 와이프는 좋아해 줬으니 다행
그래도 꽃이랑 풍선 자체는 예쁘다고 해줬다. 특히 그 빨간 장미. 생각보다 꽃집에서 산 거라 그런지 싱싱하고 좋았다. 나중에 알아보니 서울신라호텔 같은 데는 기념일에 맞춰서 이런 이벤트도 지원해 준다더라. 뭐, 비싸겠지. 내년에 와이프 환갑 때는… 그때는 뭘 해줘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올해는 이 정도면 된 것 같다. 비록 트렁크 프로포즈는 실패했지만, 와이프가 웃어줬으니 그걸로 된 거지. 아, 그리고 그 연기 폭죽은 다시는 안 사기로 했다. 진짜.
다음에 한다면…
만약에… 정말 만약에 또 이런 걸 하게 된다면, 최소 이틀 전에는 준비를 시작해야겠다. 그리고 풍선 펌프는 꼭 같이 사고, 연기 나는 거 말고 반짝이 같은 걸로 사야겠다. 아니면 그냥 꽃이랑 편지 정도만 준비하는 게 제일 깔끔할지도. 검색해보니 해외 프로포즈 용품 중에 모조품이나 대여 가능한 것도 있다는데, 그거 알아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 내 한국으로 본품을 선물하는 식으로. 아, 모르겠다. 일단 올해는 이걸로 끝!
트렁크 프로포즈 생각하니, 짐 꾸리는 게 생각보다 훨씬 힘들어 보이네요. 저는 꽃과 편지 조합이 가장 현실적일 것 같아요.
장미 다발이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땀을 좀 뺐어요.
풍선 펌프 사지 않았다는 게 정말 공감되네요. 덕분에 생각해보니 훨씬 깔끔한 방향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꽃병이 길쭉한 거, 거실에 장식용으로 사신 거 정말 센스 있네요. 저도 비슷한 거 한번 알아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