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맛에 보낸 화환 때문에 하루 종일 신경 쓰였던 날

싼 맛에 보낸 화환 때문에 하루 종일 신경 쓰였던 날

갑자기 연락받은 지인의 개업식에 화환을 보내려던 상황

얼마 전에 아는 선배가 지방에 작은 사무실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직접 가보기에는 거리도 멀고 주말에 개인 일정도 겹쳐서, 그냥 축하하는 마음으로 화환이나 하나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평소에 이런 경조사 화환을 자주 보내본 적이 없어서 대충 얼마 정도 하는지 감이 전혀 없었다. 그냥 예전에 대구 서문시장꽃집 지나가면서 얼핏 봤던 화환들이나, 본가 내려갔을 때 제천명동화원 같은 동네 꽃집 유리창에 붙어 있던 가격표 정도만 가물가물하게 기억날 뿐이었다. 그때 봤던 기억으로는 꽤 비쌌던 것 같아서, 스마트폰으로 대충 검색부터 해보기로 했다.

인터넷꽃시장에서 가격 비교를 하며 겪은 혼란

검색창에 대충 몇 개 쳐보니 생각보다 가격 차이가 너무 심했다. 어떤 곳은 10만 원이 훌쩍 넘어가고, 어떤 곳은 5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당일 배송까지 해준다고 광고를 하고 있었다. 솔직히 내 돈 내고 보내는 건데 굳이 비싸게 주고 보낼 필요가 있나 싶어서, 자연스럽게 꽃배달싼곳 위주로 찾아보게 되었다. 여러 사이트를 기웃거리다가 ’56플라워’라는 곳을 알게 되었는데, 3단 화환이 49,000원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동네 일반 매장에서 물어봤을 때보다 거의 절반 가까이 싼 가격이라 덜컥 결제부터 진행했다. 인터넷꽃시장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지만, 전국 체인망을 통해서 근처 꽃집에서 제작해 나가는 방식인 것 같았다.

축하문구 작성과 3시간 배송 안내를 믿고 기다린 시간

결제 단계에서 화환 리본에 들어갈 축하문구를 적어야 했다. 평범하게 ‘축 개업’으로 할까 하다가, 선배가 새로운 직책을 맡으면서 시작하는 일이라 조금 격식을 차려 ‘축취임’이라는 문구를 넣어서 신청했다. 사이트 상세 페이지에는 주문 접수 후 전국 어디든 3시간 이내에 총알 배송이 완료된다고 당당하게 적혀 있어서 별걱정을 안 했다. 개업식이 오후 2시 예정이었기 때문에, 넉넉하게 오전 10시쯤 주문을 끝마쳤다. 당연히 점심시간 직후나 늦어도 1시 반쯤에는 도착하겠거니 생각하고 잊고 있었다.

약속된 배송 시간이 지나면서 시작된 묘한 불안감

하지만 오후 1시 40분이 지나도 배송 완료 문자나 연락이 전혀 없었다.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해서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상담원은 주문량이 밀려서 조금 지연되고 있다는 기계적인 답변만 반복했다. 세 시간 배송이라고 크게 적어둔 문구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선배가 있는 곳이 완전 도심지가 아니라 제천 쪽이라서 배송 차량 이동 시간이 더 걸리는 건지, 아니면 싼 가격에 주문해서 우선순위에서 밀린 건지 알 길이 없었다. 결국 2시 반이 다 되어서야 선배한테서 화환 잘 받았다고 고맙다는 톡이 왔다. 3시간 배송이라더니 실제로는 거의 4시간 반이 지나서야 도착한 셈이다.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행사가 이미 시작된 뒤에 덩그러니 놓였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친구가 보내준 사진 속 화환을 보고 든 묘한 찜찜함

선배가 고맙다며 보내준 화환 사진을 확인했는데, 기분이 조금 묘했다. 전반적으로 풍성해 보이기는 했지만, 자세히 보니 꽃들이 뭔가 생기가 없어 보였다. 사진 화질 탓인지 모르겠지만, 중간중간 섞여 있는 국화나 장식용 꽃들이 생화가 아니라 빳빳한 인조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리본에 적힌 ‘축취임’ 문구도 한쪽으로 약간 삐뚤어지게 인쇄되어 있어서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물론 선배는 바빠서 그런 디테일까지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보낸 사람 입장에서는 내내 신경이 쓰였다. 차라리 몇만 원 더 주더라도 제대로 된 동네 단골 꽃집에 직접 전화해서 부탁하는 게 나았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돈은 아꼈지만 개운하지 않은 뒤끝

결과적으로 비용은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절반 가까이 아끼긴 했다. 카드 명세서에 찍힌 49,000원을 보면 가성비는 챙긴 셈이다. 하지만 배송이 늦어질 때 느꼈던 초조함과, 혹시라도 재사용 꽃이나 조화가 가득 섞인 화환이 가서 선배가 실망했을까 봐 걱정했던 시간들을 생각하면 그 값어치를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앞으로도 이런 경조사가 계속 생길 텐데, 그때마다 매번 이런 저가형 배송 서비스를 이용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안전하게 원래 가격 다 주고 주문해야 할지 아직도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댓글 3
  • 사진을 보니 꽃들이 생기 없어 보이더라고요. 리본 문구도 삐뚤어지고… 역시 품질 좋은 꽃은 가격만큼 중요한가 봅니다.

  • 배송 시간 때문에 답답하네요. 특히 꽃 상태도 예전 같지 않아서 더 신경 쓰였어요.

  • 대구 서문시장 꽃집에서 봤던 화환 가격과 다르게 49,000원에 구매했는데, 배송 시간 때문에 좀 당황스러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