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랴부랴 들른 상동역 근처 꽃집
지인 결혼식에 가기 전에 꽃다발을 하나 사야 했다. 원래 미리 예약을 해뒀어야 했는데, 전날까지 정신이 없어서 깜빡하고 말았다. 당일 아침에 상동역 근처를 서성이다가 눈에 띄는 작은 꽃집에 들어갔다. 쇼케이스에 분홍 장미가 예쁘게 꽂혀 있었는데, 가격을 물어보니 예상보다 조금 더 비싼 느낌이었다. 한 5만 원 정도 생각했는데 7만 원을 부르더라. 다른 곳을 더 찾아볼 시간도 없어서 그냥 그걸로 해달라고 했다. 주인분이 포장을 시작하시는데,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지 시간이 꽤 걸렸다.
포장 대기 시간의 어색함
꽃집 안에서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은근히 길게 느껴졌다. 15분 정도 지났을까, 앞에서 다른 손님이 들어와서 화환 배달에 대해 물어보는데 그 대화가 다 들렸다. 요즘은 결혼식에 화환 대신 화분을 보내는 경우도 많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나는 급하게 꽃다발 하나 고르는 중인데, 누군가는 몇십만 원짜리 화환이나 화분을 고민하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꽃다발 포장지에 리본을 묶는 손길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니 왠지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꽃다발 들고 결혼식장까지 이동하기
겨우 꽃다발을 받아 들고 지하철에 탔다. 분홍 장미가 풍성해서 예쁘긴 한데, 지하철 문에 닿을까 봐 내내 품에 안고 낑낑거렸다. 누군가는 꽃다발을 들고 스카이다이빙도 한다던데, 나는 지하철 타고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꽃잎이 구겨질까 봐 너무 긴장됐다. 꽃집 사장님이 습식 포장을 꼼꼼하게 해주셨다지만, 혹시라도 물이 샐까 봐 걱정도 됐다. 가방이랑 꽃다발이랑 짐이 많아지니 확실히 대중교통 이용하는 게 번거로운 일이라는 걸 다시 실감했다.
결혼식장의 꽃과 현실적인 느낌
식장에 도착해서 보니 요즘은 화려한 꽃장식이 많아서 내가 들고 간 꽃다발이 작아 보이기도 했다. 예전에는 결혼식에서 꽃다발을 들고 있는 게 당연해 보였는데, 막상 내가 직접 준비해서 가보니 이게 생각보다 큰 짐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는 일은 언제나 준비 과정에서 조금씩 삐걱거리는 것 같다. 특히 내가 istp라서 그런지 이런 감성적인 준비가 계획대로 안 되면 자꾸 비효율적이라는 생각부터 든다.
여전히 남는 약간의 찜찜함
꽃다발을 전해주는 짧은 순간은 좋았지만,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보관하고 있던 꽃다발 냄새를 맡으니 묘하게 피곤함이 몰려왔다. 다음번에 또 꽃을 사야 할 일이 생긴다면 이번처럼 당일에 급하게 움직이진 않을 것 같다. 근데 사실 또 똑같은 상황이 오면 예약하는 걸 까먹고 이번처럼 허둥지둥 상동역 주변을 헤매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꽃을 받았을 때 상대방이 환하게 웃어준 거면 그걸로 된 건지, 아니면 더 고민했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꽃다발 가격 때문에 마음 한켠이 좀 불편하더라구요. 제가 istp라서 효율성을 생각하면 당일 구매는 정말 비효율적인 선택인 것 같아요.
정말 공감되네요. 지하철에서 꽃다발 냄새 맡으니 피곤함이 느껴진다는 게, 오히려 정성이라는 느낌이 사라져서 더 슬픈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