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분들이 들이닥치던 날의 기억
얼마 전 지인이 광주에서 작은 사무실을 새로 냈다고 해서 축하해 주러 다녀왔다. 원래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꽃다발 하나 들고 가려고 했는데, 막상 당일에 가보니 입구가 거의 정글 수준이었다. 이미 누가 보낸 건지 가늠도 안 되는 커다란 화분들이 복도까지 꽉 차 있어서 지나다니기도 힘들 정도였다. 나향미 세무사 개업식 기사에서 화분 100여 개가 도착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그 말이 과장이 아니었구나 싶더라. 막상 내 눈으로 직접 보니 그게 다 축하의 의미라는 건 알겠는데, 한편으로는 이걸 다 어떻게 관리하나 싶은 걱정이 먼저 앞섰다.
2030들의 식물 사랑과 현실
요즘 2030 세대들이 식물을 그렇게 많이 키운다는데, 여기서도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매장 곳곳에 놓인 나무화분들이 분위기를 살려주긴 한다. 특히 창가에 둔 편백나무들이 숲 느낌을 내주는데, 보기는 좋다. 그런데 막상 내가 식집사가 되어본 경험을 떠올려 보면, 화분이라는 게 한번 자리를 잡으면 흙 무게 때문에 옮기는 것부터가 일이다. 퀵 비용만 해도 거리마다 천차만별인데, 경기 광주 신현동 기준으로 1만 6천 원 정도 하더라. 이 많은 화분을 다 처리하거나 관리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 텐데 싶어서 괜히 마음이 쓰였다.
관리가 안 된 채 남겨진 것들
가끔 뉴스에 나오는 사건들 보면 화분 하나가 흙으로 덮여서 뭔가를 숨기는 용도로 쓰이기도 하던데, 그런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방치된 화분은 정말 애물단지가 되기 쉽다. 식물병원에 화분 10개 중 몇 개가 들어온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는데, 개업 때 받은 화분들은 대부분 주인의 손길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시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어제 가본 사무실 화분들도 벌써 몇 개는 잎 끝이 갈색으로 변해 있더라. 물 주는 타이밍 맞추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다들 생업이 바쁘니 화분까지 챙기기는 어려운 게 당연하다.
춘란과 관리의 딜레마
화순 군수가 방송에 나와서 난 화분을 들고 춘란 산업을 이야기하는 걸 봤다. 예전엔 화분 하나가 재산 목록 1호 취급을 받던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냥 개업식의 소품 정도로 소모되는 느낌이 강하다. 나도 사무실 책상에 둔 작은 다육이 하나 제대로 못 키워서 물을 줬다 말았다 반복하다 죽인 적이 있는데, 화분 100개가 내 공간에 있다면 정말 숨이 막혔을 것 같다.
그냥 그대로 두는 중
결국 축하하러 갔던 친구는 화분 배치를 고민하다가 그냥 구석에 몰아두기로 했다. 햇빛이 잘 드는 곳은 이미 꽉 차서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 화분이라는 게 참 애매하다. 받으면 기분은 좋은데, 뒤처리는 온전히 내 몫이니까. 나중에 화분이 다 죽으면 이걸 다 어떻게 버려야 할지, 화분 흙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미리 걱정하는 내가 좀 유난인 건지 모르겠다. 그냥 놔두면 알아서 잘 자라주면 좋겠는데, 왜 식물은 사람 손을 타야만 버티는 건지 잘 모르겠다.
정말 공감해요. 제가 키우는 식물들만 하더라도 물 주는 게 깜빡하면 금방 시들시들해지니까요.
화분 때문에 답답한 느낌, 저도 비슷하게 사무실에 물꽂이를 몇 개 뒀다가 관리가 너무 어려워서 결국 정리했던 기억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