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작스러운 방문과 무인 꽃가게의 유혹
지난주 퇴근길에 정말 오랜만에 동네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빈손으로 가긴 좀 그래서 근처에 새로 생긴 무인 꽃가게에 들렀다. 사실 무인 가게는 편의점 말고는 가본 적이 없어서 좀 어색했다. 24시간 운영이라 퇴근이 늦은 나 같은 직장인한테는 참 편하긴 한데, 이게 막상 꽃을 사려고 하니 누군가 설명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게 생각보다 큰 불편함이었다. 꽃바구니 가격대를 보니 5~7만 원은 훌쩍 넘어가서 선물용으로 너무 부담스러웠다. 고민하다가 그냥 1만 5천 원 정도 하는 작은 미니 꽃화분을 하나 골랐다. 사실 이게 생화인지 조화인지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일단 결제부터 했다. 키오스크 앞에서 서성이는 내 모습이 유리창에 비치는데, 괜히 내가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져서 대충 눈에 띄는 걸 집어 들고 나온 것 같다.
흙속에서 나온 의외의 흔적
집에 와서 식탁 위에 올려두고 자세히 보니 화분 구석에 뭔가 하얀 조각이 보였다. 처음에는 장식용 돌인가 싶었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아무리 봐도 계란 껍데기였다. 화분 안에 왜 계란 껍데기가 들어있는 건지 순간 너무 당황스러웠다. 이게 혹시 식물 영양분으로 쓰려고 일부러 넣은 건지, 아니면 제작 과정에서 실수로 들어간 건지 알 길이 없었다. 가게에 전화할 수도 없고, 그냥 내가 직접 빼낼까 하다가 괜히 뿌리를 건드릴까 봐 그대로 두기로 했다. 이런 사소한 것 때문에 꽃을 보면서 즐거워야 할 시간에 괜히 찜찜한 기분만 남았다. 분명 누군가는 정성 들여 만들었을 텐데, 내가 이걸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고 말이다.
생화인가 프리저브드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이게 정확히 어떤 종류인지도 잘 모르겠다. 가게 설명에는 ‘프리저브드 미니 화분’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만져보면 생화 같은 촉감이 드는 것 같으면서도 또 어떤 꽃은 너무 빳빳해서 조화 같기도 하다. 사실 식물에는 영 소질이 없어서 선인장도 말려 죽이는 사람이라 이런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식물은 나랑 안 맞는 건지 모르겠다. 인천 어디 화원에서 가져온 물건인지는 모르겠지만, 라벨에 적힌 이름은 너무 생소해서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았다. 물을 줘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빛이 안 드는 곳에 두어야 하는 건지도 불분명하다. 확실히 사람이 상주하는 곳이라면 물어보고 사 왔을 텐데, 아무도 없는 가게에서 혼자 추측만 하려니 피곤함이 몰려왔다.
책상 위에서 덩그러니 남겨진 식물
결국 이 화분은 내 책상 구석으로 옮겨졌다. 직장 동료들이 책상 위에 귀여운 굿즈나 작은 화분을 올려두고 감성적으로 꾸미는 걸 보면 참 부러웠는데, 막상 내 자리에 놓으니 감성은커녕 그냥 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며칠 지났는데 꽃잎 끝이 살짝 갈색으로 변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게 자연스러운 건지 아니면 곧 죽을 징조인지도 모르겠다. 잎을 만져보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는데, 혹시 이게 프리저브드라면 물을 안 줘도 되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하고. 정답을 알 수 없으니 매일 아침 출근해서 화분을 볼 때마다 반가움보다는 ‘얘는 오늘 무사한가’ 하는 불안함이 먼저 든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결국 나는 이 화분에 물을 줘야 할지 말지 결정하지 못한 채 며칠을 그냥 보내고 있다. 생화 코사지처럼 금방 시들어버리는 건 아닌 것 같아서 다행이긴 한데, 그렇다고 이 아이를 내가 끝까지 책임지고 키울 수 있을지도 확신이 없다. 다음에 꽃을 살 일이 생긴다면 무인 가게는 조금 피하게 될 것 같다. 사람이 있는 화원에 가서 이런저런 설명도 듣고, 이 계란 껍데기는 대체 왜 들어있는 건지도 물어보고 싶다. 아니, 애초에 그런 질문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오늘도 퇴근길에 멍하니 내 책상 위 화분을 보는데, 옆자리에 앉은 대리님이 ‘그거 조화예요?’라고 물어보더라. 나는 ‘글쎄요, 저도 잘…’이라고 얼버무리고 말았다.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한 채 오늘도 이 화분은 내 책상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꽃잎이 살짝 갈색으로 변하는 거 보니까, 혹시 잎 관리도 같이 해야 하는 걸까요?
계란 껍데기가 들어있는 게 너무 신기하네요! 혹시 식물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