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축하 꽃다발 하나 고르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공연 축하 꽃다발 하나 고르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대학로 공연장으로 들고 갈 꽃다발 고르기

지인이 대학로에서 연극을 한다고 해서 급하게 꽃다발을 알아봤다. 사실 예전에는 졸업식이나 입학식 때 꽃다발이 당연한 건 줄 알았는데, 막상 내가 직접 준비하려니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7월 22일부터 시작되는 연극 ‘벚꽃 졸업식’이라는 작품인데, 극 제목에 꽃이 들어가니 뭔가 그럴듯한 꽃다발을 준비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밀려왔다. 꽃집을 고르는 것도 일이고, 어떤 꽃을 섞어야 사진이 잘 나올지, 또 공연장까지 들고 가는 동안 시들지는 않을지 사소한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5만 원이면 적당할 줄 알았는데

보통 꽃다발 예산을 5만 원 정도로 생각했다. 요새 물가가 워낙 오르기도 했고, 이 정도면 풍성한 꽃다발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인천 송도 쪽 꽃집 몇 군데를 찾아보니 생각보다 선택지가 너무 많았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화려한 꽃다발들은 하나같이 예쁘지만, 그게 다 내 돈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무거워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예산 안에서 해결하려니 꽃 종류를 타협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3만 원짜리 작은 걸 들고 가자니 공연장에서 너무 초라해 보일까 봐 계속 창을 껐다 켰다 반복했다.

생화와 조화 사이에서 겪는 고민

한번은 조화 꽃다발을 살까도 고민했다. 요새는 조화 부케나 꽃다발도 생화만큼 예쁘게 잘 나오니까, 차라리 시들지 않는 조화가 공연이 끝나고 집에 가서도 보관하기 좋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런데 막상 꽃집 사장님들께 물어보니 공연이나 축하 자리에는 그래도 생화가 주는 특유의 생기나 향기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조화는 뭔가 마음을 다 전달하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아니 사실은 그냥 내가 예산 때문에 타협하려는 건 아닐까 하는 찔림 때문에 다시 생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결국 이번에는 그냥 생화로 주문하기로 했다. 생일선물이나 공연 축하 선물은 결국 받는 사람의 취향보다는 내가 얼마나 정성을 들였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들고 이동하는 게 일이다

꽃다발을 주문하고 나니 그다음은 이동이 문제였다. 인천에서 대학로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야 하는데, 그 큰 꽃다발을 들고 1시간 넘게 낑낑대며 가야 할 생각에 벌써부터 피로가 몰려온다. 공연 시작 시간은 정해져 있고, 꽃집에서 예약한 시간에 맞춰 픽업은 해야 하고, 혹여나 꽃잎이라도 꺾일까 봐 가슴에 꼭 안고 가야 하는 그 상황이 눈에 선하다. 작년 졸업식 때도 꽃다발 들고 이동하다가 잎사귀 몇 개 떨궈서 속상했던 기억이 떠올라 이번엔 더 조심스러울 것 같다. 공연장 입구에서 꽃다발을 든 채로 서 있을 내 모습이 조금 낯설기도 하다.

축하한다는 마음만 충분하면 되는지

결국 꽃다발은 예약했고, 생일 케이크를 주문할 때처럼 이것저것 따져봐야 할 게 많아서 조금 지쳤던 게 사실이다. 막상 꽃집에서 예쁜 꽃을 골라놓고 보니 잘한 선택인가 싶다가도, 공연이 끝나고 지인이 꽃을 받으며 좋아해 줄지 생각하면 또 다행이다 싶다. 사실 공연 자체를 축하해주는 마음이 중요한 거지 꽃다발의 크기가 중요한 건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자꾸만 남들과 비교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막상 꽃을 건네주고 나면 별일 아니었다는 듯 잊어버리겠지만, 준비하는 과정 내내 왠지 모를 불안함과 기대감이 교차한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고민하는지 모르겠다. 막상 꽃다발을 받아 들고 공연장을 나설 때는 또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다.

댓글 1
  • 조화 꽃다발 생각하는 것도 이해가 되네요. 생화 향기가 중요한 게 사실이고, 축하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