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집에서 마주한 묘한 긴장감
아내 생일을 며칠 앞두고 꽤 고민이 많았다. 거창한 걸 해주기엔 서로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기엔 좀 서운한 그런 날이지 않나. 그래서 결정한 게 평범한 꽃다발과 목걸이 조합이었다. 강남역 근처에 있는 꽃집을 급하게 예약했는데, 예약금으로 5만 원 정도를 보냈다. 막상 가보니 꽃다발은 생각보다 작았다. 요즘 물가가 무서운 건 알지만, 손에 쥐었을 때 무게감이 없어서 살짝 당황했다. 꽃집 사장님은 요즘은 이렇게 미니멀한 게 인기라고 하셨는데, 내 눈에는 그냥 조금 허전해 보였다. 그래도 어쩌겠나. 이미 결제는 끝났고, 꽃 향기는 좋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았다. 꽃을 들고 버스를 타려니 눈치가 좀 보였다. 꽃잎이 뭉개질까 봐 품에 안고 20분을 서서 갔는데, 은근히 팔이 저렸다. 이게 무슨 고생인가 싶기도 하고, 괜히 사 왔나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18K 목걸이 고르느라 진땀 흘린 사연
문제는 꽃보다 목걸이였다. 남자 백금 목걸이나 18K 금목걸이를 고민하다가 그냥 무난한 디자인으로 골랐다. 사실 목걸이를 사러 매장에 들어갔을 때, 점원분이 이것저것 보여주는데 눈이 핑 돌더라. 30대 아내가 좋아할 만한 게 뭘까 고민하며 30분 넘게 서성였다. 18K라더니 가격은 생각보다 꽤 나갔다. 대략 40만 원 정도를 지출했는데, 이게 합리적인 소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사실 명품 브랜드처럼 브랜드값이 붙은 것도 아니고, 동네 금은방에서 적당히 추천받은 거라 나중에 되팔면 값이 얼마나 나올까 하는 아주 현실적인 걱정이 머릿속을 스쳤다. 아내가 처음 선물을 받고 좋아하긴 했는데, 너무 빤한 걸 샀나 싶어 괜히 민망했다. 차라리 꽃무드등 같은 걸 살 걸 그랬나, 아니면 그냥 현금이 최고였을까. 아내의 미묘한 표정을 보니 나도 같이 덩달아 긴장하게 되더라.
집안 한구석에서 잊혀가는 물건들
결국 꽃은 일주일도 못 가 시들었다. 꽃잎이 하나둘 떨어질 때마다 거실 바닥을 닦아야 하는 게 생각보다 번거로운 일이었다. 아내는 꽃을 말리겠다고 거꾸로 매달아두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고문하는 것 같아 보여서 그냥 버리라고 했다. 목걸이도 마찬가지다. 처음 며칠은 잘 차고 다니더니, 요즘은 화장대 위에 그냥 굴러다닌다. 씻을 때마다 빼는 게 귀찮다고 하더라. 내가 준 선물이 며칠 만에 ‘애물단지’가 된 기분이다. 아내 입장에선 평소에 안 차던 스타일의 목걸이라 손이 잘 안 가는 모양이다. 나도 굳이 따져 묻지 않는다. 묻는 순간 서로 분위기만 어색해질 게 뻔하니까. 그냥 ‘그거 잘 어울리더라’ 한마디 던지고 끝냈다.
선물이란 게 참 어렵다는 생각
선물을 줄 때는 뭔가 거창한 의미를 담으려고 애썼던 것 같은데, 막상 시간이 지나고 나니 다 부질없다는 느낌도 든다. 정작 필요했던 건 목걸이가 아니라, 그냥 같이 나가서 맛있는 거 먹고 편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예전엔 1000일 선물 같은 것도 챙기고 그랬는데, 이제는 서로의 생일도 겨우 챙기는 수준이 됐다. 남들이 보면 무심해 보일지 몰라도, 이게 우리 부부의 적당한 거리감인 것 같다. 가끔 백화점 광고를 보면 나도 모르게 ‘아, 저런 걸 샀어야 했나’ 싶다가도, 곧 ‘그 돈이면 고기를 사 먹지’ 싶어진다. 결국 선물이란 건 주는 사람의 만족이 더 큰 것 같기도 하고. 아내 생일이 지나고 나니 이제 다음 달 있을 기념일은 또 어떻게 넘겨야 하나 하는 걱정이 벌써 든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
선물 고르는 센스가 부족한 건지, 아니면 애초에 만족이라는 걸 모르는 건지 모르겠다. 다음엔 그냥 꽃 말고 실용적인 걸 사줄까 싶다가도, 막상 기념일 당일이 되면 또 꽃집을 검색하고 있을 것 같다. 이게 참 딜레마다. 꽃은 금방 시들고 목걸이는 녹슬고, 결국 남는 건 기억뿐인데 그 기억조차 희미해진다. 어쩌면 선물의 본질은 물건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내가 너를 이만큼 신경 쓰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얄팍한 노력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참 속물인지, 자꾸 가격 대비 만족도를 따지게 된다. 조금 더 정성껏 고르면 다를까 싶어 퇴근길에 백화점을 한 번 더 들러볼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막상 퇴근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오면 그런 의욕은 눈 녹듯 사라진다. 아마 다음에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을 것 같다.
꽃도 좋지만, 너무 많은 물건들 때문에 오히려 당황스러웠던 마음이 느껴지네요.
목걸이 디자인 고르는 게 진짜 어려웠네요. 백금이나 18K 고민하다가 무난한 걸로 골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꽃이랑 목걸이 둘 다 너무 예뻤던데, 지금은 굴러다니는 모습이 안타깝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공감되네요. 제가 산 주얼리는 거의 안 하고 그냥 보관만 하고 있거든요. 선물 받는 사람의 취향이 맞지 않아서 그런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