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는 갑자기 꽃을 사야 할 일이 생겼다. 미리 준비했으면 좋았을 텐데, 항상 이런 식이다. 퇴근 무렵에 생각난 거라 어디 문 연 곳이 있을까 싶어 급하게 지도 앱을 켰다. 예전에는 지하철역 근처나 번화가 모퉁이에 꽃집이 참 많았던 것 같은데, 정작 필요할 때 찾으려니 의외로 마땅한 곳이 안 보였다. 검색 결과에는 세종이나 동탄 같은 곳의 꽃바구니 후기들이 잔뜩 떴는데, 나는 지금 당장 여기서 사야 하는데 그게 무슨 소용인가 싶어 답답했다.
일요일 오후 닫힌 셔터 앞에서
결국 근처를 한참 헤매다 겨우 작은 꽃집 하나를 발견했는데, 하필이면 그날따라 문이 닫혀 있었다. 일요일은 영업을 안 하는 곳이 많다는 걸 깜빡했다. 예전에 송도 쪽에서 늦은 시간에 급하게 꽃을 사려고 돌아다녔던 기억이 났다. 그때는 인천공항 근처까지 가면 있지 않을까 싶어 찾아봤는데, 결국 공항 안에는 꽃집이 없다는 걸 알고 허탈해했던 적이 있다. 오늘도 비슷한 기분이었다. 길가에 서서 다른 가게들을 검색하는데, 생각보다 요즘 꽃 가격이 만만치가 않았다. 예전에는 만 원짜리 한 장이면 적당히 예쁜 걸 살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풍성하게 하려면 10만 원은 우습게 넘어간다는 글들이 보여서 괜히 지갑 걱정을 했다. 결국 나는 멀리 떨어진 곳까지 차를 돌려야 했다.
너무 화려한 꽃다발은 좀 어색하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규모가 꽤 큰 플라워 샵이었다. 이미 예약된 꽃바구니들이 한쪽 벽면에 가득 쌓여 있었다. 축승진이나 생일 선물용으로 나가는 것들이 많아 보였는데, 하나같이 크고 화려했다. 나는 너무 과하지 않은 걸 사고 싶었는데, 가게 사장님은 계속해서 요즘 유행하는 꽃들과 소재들을 추천해주셨다. 8만 원에서 15만 원 사이면 풍성하게 할 수 있다는 말에 왠지 거절하기가 어려워져서 적당히 타협했다. 내가 원래 생각했던 소박한 느낌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지만, 일단 꽃을 샀다는 사실 자체에 안도감을 느꼈던 것 같다. 꽃을 들고 차에 타는데, 조수석에 둔 꽃다발이 생각보다 덩치가 커서 자꾸 신경이 쓰였다.
편지지에 적을 말이 왜 이렇게 안 떠오르는지
꽃을 사고 나니 갑자기 편지지 생각이 났다. 꽃만 달랑 주는 것보다 짧은 쪽지라도 한 장 끼우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문구점을 찾아 근처를 두 바퀴나 돌았다. 겨우 찾은 문구점에서 산 평범한 편지지 한 장을 들고, 정작 꽃을 받기로 한 사람을 만나기 직전까지 차 안에서 몇 번을 썼다 지웠다 했다. ‘영전을 축하드립니다’나 ‘생일 축하해’ 같은 문구들은 너무 정형화된 것 같아 고민이 많았다. 결국 그냥 제일 무난한 문장을 쓰고 나니 힘이 다 빠지는 기분이었다. 예전에 봤던 사진집 중에 시들어가는 꽃을 찍은 작품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게 왜 그렇게 쓸쓸해 보였는지 모르겠다. 지금 내 손에 들린 꽃은 너무 생생해서 오히려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던 걸까.
기대와는 달랐던 과정의 피로감
꽃을 선물하고 돌아오는 길은 생각보다 홀가분하지 않았다. 꽃을 고르느라 쓴 시간, 가격에 대한 약간의 망설임, 그리고 마지막에 적은 몇 줄의 문장까지. 모든 과정이 어딘가 조금씩 어설펐다. 꽃집 사장님이 말해준 관리 방법도 제대로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냥 서늘한 곳에 두라고 했던 것 같은데, 집에 오자마자 꽃병에 꽂아두고 물을 갈아주는 게 또 숙제처럼 느껴진다. 꽃을 사서 선물하기까지의 과정이 예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간다는 걸 매번 잊어버리는 것 같다. 다음에 또 꽃을 사야 할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좀 더 여유를 가질 수 있을까. 아마 또 똑같이 서두르다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그냥 이 정도로 마무리를 해야겠다.